2016년 첫 방문을 시작으로 7년째 거의 매년 방문 중인 제주도의 해산물 맛집 중에 맛집이다. 어디든 해산물을 보기 좋게 썰어서 그럴싸하게 담겨 손님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지만 입까지 만족시키긴 매우 어렵다. 해산물이 다 거기서 거긴 줄 알겠지만 이곳은 확실히 다르다.
이 집이 다른 해산물 집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함께 확인해보도록 하자.
"백기해녀의집"
글의 마지막에 위치를 링크로 걸겠지만 위 사진과 같이 식당 야외 테이블에서 바라본 모습에는 성산일출봉과 광치기해변이 한눈에 조망된다. 지금은 밀물 때여서 물이 바로 앞까지 가득 찼지만 썰물 때는 바닷물에 가려졌던 바위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백기해녀의집은 해산물 물회 맛집이기도 하지만 정작 이곳의 뷰 때문에 발걸음을 하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식당 사장님께서는 입구에 '식당 고객 외 절대 주차금지!'라는 팻말을 꽂아놓으셨다. 아름다운 뷰만큼이나 빼어난 맛을 보여줄지 지금부터 이곳의 음식들을 소개한다.
제주도에는 12여 개의 해녀의 집이 각 지역별로 고루 분포해 있다. 그중 신선한 해산물이 가장 많이 나고 많은 해녀들이 활동하고 있는 동쪽 성산에 어촌계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어 이곳 주위로 삼대해녀의집, 오조해녀의집, 시흥해녀의집, 섯동네해녀의집, 물꼬해녀의집, 종달해녀의집이 모여 있다. 이 집들을 모두 방문해본 것은 아니지만 다녀본 동쪽 해녀의 집 중엔 백기해녀의집이 단연 최고였다. (제주시의 해녀의집 중에선 도두해녀의집을 추천)
위의 사진은 백기해녀의집의 대표 메뉴인 성게, 전복, 해삼이 가득 들어간 해산물 '물회'이다. 보는 것과 같이 양이 매우 푸짐하다. 필자가 이곳을 사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로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사장님과 주방 아주머니들의 넉넉한 인심 때문이다. 성인 3~4명이 다른 메뉴와 함께 먹으면 절대 모자라지 않을 양이다. 확실하다.
제주도의 물회는 타 지역의 물회와는 조금 다르게 초장 대신 된장을 국물의 베이스로 사용한다. 초장을 베이스로 한 물회의 경우 상큼하고 새콤달콤한 맛으로 자칫 해산물 자체의 맛을 흐릴 수 있지만 된장을 베이스로 하는 물회의 경우 상큼한 향은 조금 덜 해도 구수한 맛을 더해주어 해산물의 맛을 한층 돋우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된장의 모자란 상큼함을 양파와 청양고추로 커버를 해주니 전혀 모자란 맛없이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 가히 공깃밥을 부르는 맛이다. 물회의 가장 위에 올라가는 성게소는 제주 앞바다에서 해녀 분들이 직접 캐오신 보라성게(제주도에 자연 서식하는 성게는 크게 보라성게와 말똥성게 두 종이다)를 듬뿜 올려주셔 선도도 확실하고 먹었을 때 전혀 쌉쌀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물회 말고도 전복죽이 있다. 우리가 아는 모 프랜차이즈 죽집의 전복죽을 생각하면 안 된다. 선도가 확실한 전복을 잡아 전복살은 물회, 모둠회 등으로 제공되고 풍미가 가득한 내장은 전복죽의 베이스가 되어 몇 점의 살과 함께 고소하게 끓여진다.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전복죽 중엔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지 않을까 싶다. 특별히 넣은 건 없다고 하시는데 흔히 먹는 전복죽에서는 느낄 수 없는 리치한 풍미가 가득하다. 아마 자연산 전복이어서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해산물의 먹는데 최고의 사치가 아닐까 싶다. 저 한 숟갈 위에 성게소 한 점을 올려서 먹으면 형용할 수 있는 맛일까 싶다. 완벽한 죽의 간, 쌀알의 질감과 전복의 익힘 상태,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이다. 이렇게 한 숟갈 뒤 시트러스가 있는 물회로 완벽한 마무리를 해준다. 전혀 모자람이 없는 맛이다. 이 두 조합은 절대 실패가 없다. (제주도의 해녀의 집에 한해서)
백기해녀의집을 자주 찾다 보니 평소에 먹어보지 않았던 다른 메뉴들이 눈에 들어와 주문해봤다. '성게칼국수'는 성게가 들어가 육수에 고소한 풍미가 가득 차 있는 별미 메뉴이다. 어디서도 성게로 칼국수를 내는 곳을 못 봤던 거 같다. 성게의 양이 조금은 아쉽긴 했지만 쉽게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조합의 메뉴였다. 사진으로는 국물의 탁도가 그리 진하진 않아 보이지만 맛은 그렇지 않다. 깊이 있고 풍미가 가득하며 양파가 국물의 끝 맛을 달달하게 마무리하여 여느 칼국수와는 다르게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일행수가 많다면 물회와 전복죽을 포함하여 이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걸 추천해본다. 특히 밑에서 소개할 홍해삼과 마찬가지로 소주와 함께하면 음주와 해장을 동시에 경험하는 극락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1월에서 3월까지가 제철인 홍해삼의 모습이다. 이날은 5월 즈음이라 철이 약간 지난 감이 있지만, 그래도 돌기의 모양과 붉은 빛깔의 해삼은 언제나 술을 부른다. 꼬들꼬들한 식감과 약간은 쌉쌀한 끝 맛은 좋은 해삼을 먹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30,000원이었지만 양이나 해삼의 퀄리티는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식당 입구에 있는 수조 바구니에서 볼 수 있는 엄청난 사이즈의 해삼이다. 아무래도 철이 지나서 그런지 돌기의 모양이 이쁘진 않다. 그래도 이 정도의 사이즈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선도가 매우 좋아서 돌기의 모양은 그리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멋있는 광치기 해변의 전경과 더불어 소주와 함께하기 좋은 안주다.
<Information>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출로 88-19 백기해녀의집
☎️ 전화번호 : 064-782-0673
🏫 영업시간 : 매일 07:30 - 18:00 / 브레이크타임 15:00 - 16:00 / 라스트오더 17:00
【 평점 】
" 4.5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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